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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생활/공무원 생활

전산직이 힘든 이유

by kirope 2020.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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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로서 전산직에 합격해
일을 시작한 지 1년 10개월차가 되었다

얼마전 8급으로 승진하여 서기보에서 서기가 되었다

그동안 2군데의 부서에서 일하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경험치를 쌓았다

첫번째 사무실에서는
싸이코패스의 모함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인사권까지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는-
사무관의 환장의 콜라보레이션을 경험했으며,

두번째 사무실인 현재는
업무분장에 대한 갈등과
쪼잔하고 뒷말을 잘하는 사무관,
호통치고 막말하며
아랫사람들을 괴롭히는 과장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

이유는 다르지만
두 군데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가 있었다

바로 '전산직의 역할과
적절한 업무분장은 무엇인가'였다

이번 월,화 이틀에 걸쳐
신입 정보화인력 교육을 들으며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왜 자꾸 전산업무만 보기도 벅찬데
다른 잡다한 업무를 당연한듯이 시키려고 하며,

전산직의 고유 업무를 별것 아닌것처럼
얘기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항상 있었는데,

이번 교육을 통해
전산직이라는 직렬의 특성과 업무가
공무원 연금과 성격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퇴직할 때가 가까운 사람들은
많은 혜택을 받고 지금 들어 온 신입들은
혜택을 전혀 못 보는 그 구조.

얘기인즉슨,

과거에는 전자정부를 대거 도입하는
사업을 하면서 전산직 고유의 업무가 많았고,
그렇기 때문에 전산직으로 들어와
고유 업무만으로도 1급까지 올라갈 수 있었으나

이젠 예전만큼 새롭거나 거대한 변화가 없고
시스템 유지보수 기조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산직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굳이 전산직을 통하지 않고
각 과에서 정보화사업을 하기 때문에
전산직의 업무가 잠식당하고 있으며,

전산직이 보고하는 경우는
시스템이 고장났을 때랑
예산을 달라는 때뿐인데,

어느 윗선이 좋아할 것이며,
보고를 들어가서 매일 깨지고 나오는
선배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미래가 저렇구나를 깨달아서
똑똑한 친구들은 전산업무를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얘기를
강의 시간에 들었는데,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래서인지 교육 중에 강사들이 공통적으로
전산 업무만 하지 말고 다른 잡다한 업무들도
하라는 것을 계속 강조하는 게 느껴졌다.

또한 강사의 구성을 보니,
강사의 절반은 행정직이었고
일부 수발주나 감리 교육의 경우만
전산직이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전공자로서 시험을 준비하면서
항상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업무를 볼 수 있을까?'라는
불안을 갖고 있었고,

현직자에게 물어보면
항상 어차피 들어오면 공부를 해야 되기 때문에
비전공자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었는데,

그 이유와 방향이
밝고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서 뭔가 씁쓸하다

전산직이라는 전문성을 걱정하고 들어오지만
막상 들어오면 행정직에 비해 소수직렬이라
사무실에 한두명만 근무를 하는데,

자기들도 답변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전산직이 하는 일이 뭐냐고 따지고,

자기들의 이해를 벗어나는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대체 어떤 업무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외면한다

전산업무만으로도 벅찬데
자기들 업무인 행정 업무 중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업무를 떼어주며

제대로 못하면
그걸 가지고 일을 안 한다는 모함을 하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며 왕따를 시킨다.

고과를 주는 과장은 위와 같은 이유로
과마다 한두명 근무하는 전산직이
대체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인사고과 점수를 잘 줄리가 없다

차라리 눈에 보일만큼
큰 사업을 하면 모르겠는데
행안부에서 자기들도 먹거리가 없으니
만들어져 있는 시스템을 개방하라며

공공데이터 개방을 명목으로
서로 협의도 안하고
각 과에서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작년에 비해 요구하는 게 많아졌다

이런 실정인데
강사들이 하는 얘기는
제너럴리스트가 되라고만 하고,
평판이 중요하다느니
그런 얘기만 하니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래도 힘들게 이중고를 겪었던 이유와
앞으로도 그럴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공무원은 생각보다 공채말고도
옆길로 들어오는 방법이 많으며
특히 전산직의 경우 더욱 그렇다

전산직으로서 공무원 생활을 계속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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