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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생활/공무원 생활

지난 1년간의 공무원 생활에 대한 담담한 회고

by kirope 2020.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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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양력으로도 음력으로도
새로운 한해가 다가오고 있어
지난 1년간의 생활에 대해
회고해보고자 한다.

나에게 있어 내가 합격한 국가직 공무원 시험은,

1. 한 학기를 남기고 시작했던 공시 시험,
2. 공부하던 중에 학교를 졸업당했던 시험,
3. 시험 공부하던 중에 어느새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바뀌었던 시험,
4. 비전공자로써 전공자도 합격을 못하는 시험
5. 100: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시험,

크게 위와 같은 의미들이 있다.

뭐 시험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
인간관계의 부딪힘은 굳이 더 얘기하지 않으려 한다.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부처와 부서가
너무 특이한 부서이기 때문에
말하기가 좀 껄끄러워
굳이 더 얘기하지 않겠다.

일반적인 부서가 아니라서
'전산직이 어떤 일을 하나요',
'비전공자도 일하기 어렵지 않나요' 하고
물어도 답해주기가 곤란하다.

나도 모른다...ㅜㅜ
어쨌든 지금 일하는 부서에서
나는 제일 막내였고, 출장이 잦고,
특수부서이기 때문에
자기들끼리의 이상한 프라이드?
무리 집단 의식이 있어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시험 공부 할 때가 더 편하다는
옛 말이 전혀 틀리지 않다.

나는 1인 3역의 역할을 요구 받으면서도
심한 텃세에 시달리고,
직렬과 무관한 업무 및
할 수록 마음이 편치 않은 업무를
초임지에서 해야 한다는
3중고의 부담을 안고 한 해를 보내야 했다.

3월에 나는 가슴의 통증을 느꼈고,
한의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기도 했다.

국가공무원법으로 3년의 전보제한이 걸려 있어,
인사이동도 불가능해 타부처로 옮기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지하게 여러번 가족과 상의 끝에
'의원면직' 소위 사표를 쓰려고
인사과에 알아보기도 했었다.

들어오는 것도 힘들지만, 나가는 건 더 힘들다.

나가고 싶다고 통보해도
다시 신원조사를 하기 때문에
1달이라는 기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나가지 말라고 붙잡는 직원들도 있고...

이번 인사이동 때 그 동안의 나의 사정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옮겨주겠다고 하셔서
지금은 그걸 믿고 있다.

지난 1년간을 돌이켜 보면,

1. 공무원 시험 합격이 끝이 아니라는 것,
2. 들어와서도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
3. 동기가 있어도 딱히 큰 힘이 되지 않는 다는 것,
4. 공무원 사회에 공채로 들어온 사람이 순진한
사람이라는 것,
5. 약자 프레임을 쓴 강자들의 횡포가 심하다는 것,
6. 공무원이 정적인 업무만 하는 건 아니라는 것,
7. 야근과 출장이 많아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공시를
보면 안 된다는 것,
8. 사기업이 아무리 일이 많다고 징징대도 공무원이
받는 월급과 일의 양에 비례하면 훨씬 인간적인 것

등등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공무원에 대한 환상이 없었던
나도 크게 실망했는데,

무슨 워라밸이니, 저녁이 있는 삶이니,
안정적이니, 연금이 보장되니
하는 등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 더 크게 실망할 것이다.

직렬에 상관없이 공무원이 되려는 거면
합격하기 쉬운 직렬을 골라서
빨리 합격해야한다.

요즈음 1년차에 그만 두는
9급 공무원이 많다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위직 공무원으로 명예도 없고,
연금도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대에

최저시급의 월급을 받으면서
민원인을 상대하고
이상한 인간들과 일해야 하는데,
그만둘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어차피 이런 사회에 들어 와
정말 일 할 생각이라면,
굳이 오랜 시간 공부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들어오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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